쿠바계 아메리칸인 헤르난 바스(b.1978)는 플로리다 마이애미 출신이며 현재 디트로이트에서 살면서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플로리다의 뉴월드 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의 쿠퍼 유니온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더 이상 미술 교육의 필요를 느끼지 못해 한 학기 이후 그만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휘트니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여러 나라의 갤러리와 기획전에 초청받으며 국제적 신인 작가로 등극하였다. 2007년경 전후 미술시장 거품이 낳은 여러 스타 가운데 한 명이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많은 인기 작가들이 거품처럼 사라졌지만 지속적인 유대계 수집가들의 후원을 통해 지금까지 다작하며 미술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작가의 지위에 이르렀다.
그의 회화는 열대 우림의 자연 속 다양한 식물들 속의 한 부분이 된 듯한 느낌을 주며, 19세기 구스타브 클림트의 장식적인 디테일과 색감을 연상케 하며 현대의 패션 잡지 화보를 보듯 화려하다.
바스는 다양한 영역에서 영감을 얻는데, 문학, 섹슈얼리티, 낭만주의, 종교, 신화, 영화 및 초자연적 요소의 레퍼런스들로 채워진 모험적 서사로 시각화하여 예술적 리얼리즘에 가까운 구상을 추구한다. 특히, 그의 회화는 평소 관심을 가져온 고전문학이나 영화, 초자연주의에서 발췌한 단편들을 엮어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미숙하고 불안해 보이는 미소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 그의 성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이 느껴지며, 이상적인 남성의 몸에 대한 피상적인 표현에 대한 바스의 집착이 보인다. 젊고, 여성스럽고, 잘 생긴 남성의 아름다움을 통해 그는 "동성애의 비 세계적이고 코드화 된 역사에 대한 오랜 관심으로 작품을 표현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회화는 풍부한 색채, 두꺼운 페인트와 뚜렷하고 겹겹이 레이어드 된 붓터치와 함께 주로 사용하는 아크릴의 특성상 좀 더 일러스트적인 기법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의 작업을 살펴보면 2010년 전후로는 인물보다 배경이 돋보이며 추상적 형상의 풍경 속에서 미숙하고 덜 성숙한 미소년의 모습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해 갈수록 스토리 속의 광활한 자연과 세계의 일부였던 소년들이 모험과 경험을 하면서 점차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인물로 변모하게 되면서 인물의 크기가 그 전과 비교해 더 크게 표현된다. 인물이 화면의 주체로 바뀌어 가는 것은 미소년의 모습에서 점점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단계의 인물들로 해석이 가능하다.
바스는 쿠바와 플로리다라는 지역적 감성의 공통점을 가지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영감을 받아 물과 소년을 소재로 하여 최근 신작들을 그렸는데, 특히 [소년과 바다, The Young Man & The Sea, 2020]는 상어와 힘겹게 고군분투하는 원작 소설의 노인과는 반대로 이를 단숨에 제압해 낸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플로리다의 마이애미가 지니고 있는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광과 색감을 바탕으로 한 미국적 요소들(플로리다 새인 플라밍고, 캐딜락, 미국 외곽의 풍경 등)의 전형이 등장하는데 바스의 성장과 경험에 기인한 매력적인 소재들이 그의 회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회화란 매체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스는 회화를 통해 모험적인 서사적 풍경, 미국의 하위문화에서 비롯된 역사적 사건과 주류 문학의 텍스트까지 그만의 특별한 관점으로 엮어내어 표현함으로서 그만의 언어를 시각화했다고 할 수 있겠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나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를 연상시키는 사실주의적 전개와 정적인 구도에 화려한 야수파의 풍경과 배경이 더해진 듯한 그의 회화는 화려한 색채감을 선보이며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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