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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이지만 유쾌한 감각의 페인팅-로즈 와일리(Rose Wy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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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un 2021. 3. 2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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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 Wylie

 

 

"나는 나이보다 내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I want to be known for my paintings - not because I'm old"

 

로즈 와일리의 한국 전시에서 마지막 섹션에 쓰여있는 문구이다.

필자는 이 문구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간절히 자신의 그림을 인정받고 싶었는지 또한 진정으로 작품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녀의 많은 나이는 화가의 브랜드 스토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촉매가 됨을 부인하긴 어려울 듯하다.

화가로서는 늦은 나이인 45세에 그림을 시작하여 86세에 영국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가 된 스토리는 그녀의 장난스러운 작품을 마주할 때, 자연스럽게 작품과 작가의 인생을 결부시켜 특별한 해석을 하게 한다.

실제 이를 뒷받침하듯이 미술시장에서 핫한 작가가 되려면 스토리를 더 탄탄하게 구성하고 작가를 지지하는 화상, 큐레이터와 갤러리 등 마케팅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로즈가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하여 인생의 황혼기에 그녀 예술의 절정을 이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여성들의 위상과 지위가 과거와 비교해서 높아졌지만,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꿈이나 관심거리에서 멀어져 사회에 재진출 할 기회를 얻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스스로가 뭔가 이루지 못하면 사회가 더 이상 그녀들을 다시 받아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로즈 와일리는 늦게 시작했지만 무한한 노력과 열정으로 미술계의 중심에 서기까지의 성공스토리는 인생 역전 스토리임에 틀림없다.

 

로즈 와일리가 다루는 영감의 원천들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자유롭게 그녀만의 이미지로 재현된다.

 

 

1. 일상 기억 거리의 재현

 

로즈 와일리는 주변애서 흥미롭거나 관심을 가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들을 발견하여 이를 즐겁게 재현한다.

영감의 원천은 유쾌하고 자유분방하다. 어린아이가 그림일기를 쓰듯이 일상을 기록하고 그려내는 작업이다.

형식이나 기법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림의 프레임을 짜고 캔버스 천을 덮어 씌워 바탕을 만들면 그녀가 생각하고 느끼는 사물을 거침없이 개인적인 기억을 토대로 표현하는 기법이다.

일상적으로 그녀가 접하는 영화, 스포츠, 역사, 미디어, 잡지, 패션 사진 등 광범위하고 대중적인 문화의 범주에서 그녀가 인상적인고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재발견하여 구상적이고 거친 붓 터치로 그녀만의 강렬한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Elizabeth & Henry with Birds, 2013, Oil on canvas, 3 × 5 m
Rose Wylie, City Road (1999). ©Rose Wylie.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Zwirner.

 

 

 

2. 영화의 잔상

 

'예술을 다른 방식으로 번역하는 작업'이라 말하는 필름 노트 작업을 한다. 그녀는 영화 속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원하는 이미지로 편집하여 즐겨 쓰는 특유의 글씨체를 사용하여 영화의 스토리 보드처럼 글자들을 삽입한다. 그녀는 '오리지널 영화를 보면서 느낀 흥분과 감동을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며, 이를 통해 사람들과 영화를 공유하는 시각 언어를  만들고자 한다고 한다.

 

 

 

Kill Bill Note from the movie 'Kill Bill'
Featured Image: Rose Wylie, Installation view, 'Quack Quack'
Quack Quack

 

 

3. 일상의 영감

 

로즈 와일리는 역사, 종교, 뉴스, 사랑과 같은 다양한 주제와 관련하여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는 작가가 글을 연재하듯 사회적 이슈를 어린아이의 감성처럼  원시적으로 담아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The fat controller
The fat controller

 

 

4. 생명체의 영감

 

살아있는 생명들을 그녀의 기억 속 이미지의 소재로 작업을 한다. 거미, 고양이, 동물, 새, 나무, 꽃 등의 자연적 요소들을 사랑하여 그녀만의 아이콘으로 표현한다.

 

 

 

Red Painting: Bird, Lemur, & Elephant, 2016 Oil on Canvas

 

 

5. 소녀와 여성

 

소녀와 여성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한다. 

 

 

 

Black Frock, The Modest Corset (Malevitch), 2019 Oil on canvas

 

 

 

 

6. 스포츠 장면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축구에 광 팬임을 자부하듯 로즈는 열렬한 축구팬인 남편의 영향으로 여러 축구팀을 좋아하여 영감의 원천으로 표현한다. 팬들에게 사랑받고 늘 미디어에 소개되는 대중적인 아이콘으로 축구 선수의 특징들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특히 우리나라 선수인 토트넘 소속인 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담은 작품이 흥미롭다. 2020 년에 완성된 축구 선수의 특성과 신체적 특성을 담아낸다.

 

 

 

The “Hullo Hullo Following on, Rose Wylie” exhibition’s sixth section, “Rose Wylie, Football Gods, and Son Heung-min” (UNC)

 

 

7. 거친 붓터치와 자유로운 레이아웃

 

그림의 베이스가 되는 캔버스의 표면은 조각조각 겹겹이 덧 부치고 수정되어 숨김이 없는 작품 과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그녀는 작업을 하다가 맘에 안 들거나 수정하고 싶을 때는 거침없이 조각의 캔버스 천을 덧대어 수정한다. 이는 그녀의 자유분방한 붓 터치와 함께 계획된 듯한 콜라주 느낌마저 든다.

 

 

 

part of Rose's painting
part of Rose's painting

 

 

 

로즈 와일리는 장 드뷔페(Jean Dubuffet) 나 장 미셀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의 원시적인 기법처럼 가공되거나 꾸며지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으로 그녀만의 강인한 표현 방법을 보여주며 사용하는 다채로운 컬러도 표현기법과 흡사하다. 그녀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서 일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인상 깊은 장면을 캡처하여 아이가 그림일기를 쓰듯 이미지를 재현하고 문구로 덧붙인 모습은 너무나도 유쾌하다.

 

86세인 영국 작가 로즈 와일리는 그녀가 왜 갑자기 스타가 되었는지 정말 모른다.

다만 그녀는 작업을 즐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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