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미국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 밤과 낮(Night and Day)이라는 주제로 카미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춥고 비가 퍼붓는 날씨에 허드슨의 세찬 강 바람을 맞으며 가고시안 갤러리를 방문하였고 카미란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전시된 카미의 작품은 초점이 어긋난 명상적인 인물화를 주로 구성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대체적으로 인물화에 매료된적이 없었지만 카미의 인물화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묘한 충격의 인물 이미지들로 다가왔다. 사진인지 페인팅인지 구분이 명확히 가지 않는 카미의 작품은 초점이 나간 듯 흐릿하고 몽환적인 정면의 모습이며 인물의 눈은 여러 방향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얼굴의 디테일이지만 그 어떤 외면의 자세한 묘사보다 더 인물을 응시하게 되었고 심지어 인뭉 내면의 깊은 감정까지 동화될 수 있었다.
카미는 회화, 소묘, 콜라주, 조각에서 물질과 정신, 외형과 내면 사이의 상반되는 흐름을 탐구한다.
자신의 사진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인물 사진에서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하여 눈을 뜨거나 감거나 똑바로 응시하거나 내려다보는 가족, 친구 및 낯선 사람을 묘사하는 대면 만남을 재구성한다.
린넨에 무광 유성 페인트로 렌더링된 이 명상적인 이미지는 비잔틴 프레스코화를 떠올리게 하며 물질적 형태와 존재에서 미지의 것과 무한한 것을 찾았다.
그의 추상 작업에서는 건축, 기하학, 시, 그리고 최근에는 흐릿하고 몽환적인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를 통해 표면과 내부의 상호 작용을 확장하여 작업한다
카미는 1956년 이란의 테헤란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그의 어머니(유명한 페르시아 학술 화가 Ali Mohammad Heydarian[1896–1990] 문하에서 한동안 일함)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서양과 근동의 영향, 특히 유럽 거장들의 그림과 13~14세기 페르시아 시인들의 시를 접하였다.
카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1년을 보낸 후 파리로 이주하였다. 그곳에서 1981년에 졸업한 소르본느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파리영화학교(Conservatoire Libre du Cinéma Français)에서 계속 공부를 이어갔다.
1984년에 카미는 뉴욕으로 이주하였고 그곳에서 계속 거주하며 작업하였다. 또한 그는 이란에서 소년시절 자신의 사진을 바탕으로 한 일련의 회화, 드로잉, 사진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어린 시절의 자화상, 1990]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10년 동안 그는 무제( Untitled(18 Portraits) (1994–95))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제작하였다.
2006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카미는 피사체가 눈을 감거나 감은 채로 얼굴 표면 전체에 초점을 맞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른땅(Dry Land, 1999-2004)과 같은 다른 작품에서는 그린 초상화와 건축물의 풍화된 표면에서 생생한 역사의 느낌을 강조했다.
2007년 카미는 제52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참가하여 '예루살렘에서(In Jerusalem (2005–06))'이라는 제목의 초상화 그룹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전시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대표하는 성직자들을 여러 캔버스에 그린 작품으로, 뉴욕 타임즈가 동성애자 프라이드 축제를 금지하기 위해 모인 집회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끝없는 기도(Endless Prayers)'시리즈에서는 페르시아어, 히브리어, 아랍어 산스크리트어 시, 기도문, 구절을 직사각형 조각으로 잘라 만든 만다라 형태로 붙여 넣었으며, 나선형 패턴은 예배의 반복적인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끝없는 기도(Endless Prayers)'는 신성한 건축물을 모티브로 한 돔(Domes) 시리즈로 이어졌다. 검은색, 흰색, 파란색 또는 금색으로 표현된 이 그림은 동심원 모양으로 그려진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 자국을 통해 어둠에서 빛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연상시키는 테셀레이션(도형을 이용해 평면 또는 공간을 완전히 메우는 미술 장르) 공백을 만들어 내었다. 또한 카미는 기도할 때 손바닥을 맞대고 있는 손의 묘사를 포함하여 신체 부위의 물리적 뉘앙스와 제스처의 만연한 상징성을 강조하는 비유적 회화를 확장하였다.
최근에는 밤의 색이라고 불리는 남색 한 가지 색조와 다양한 흰색 그라데이션을 사용하여 고체, 액체, 기체 상태를 오가며 세속적인 것과 숭고한 것의 결계를 넘나 드는 반짝이는 생체 형상 패턴으로 캔버스 채우는 '밤의 그림(2017), 을 선보이고 있다.
참조
https://gago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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