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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본질에 대하여 - 모노하와 헤겔의 철학

예술

by rooun 2024. 11.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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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하(Mono-ha)

 
1960~7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예술로 '사물 학파'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자연적 사물의 관계를 탐구하며,  사물 자체의 존재성과 물질성을 강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우환을 비롯한 모노하 예술가들은 사물을 인위적으로 변형하거나 해석하기보다는, 자연적이고 일상적인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여 사물 그 자체의 속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 철학은 인간이 세상을 통제하거나 지배하려는 시도 대신, 사물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사물이 존재하는 그대로의 의미를 존중하려는 사상과 관계가 깊다.
 
모노하 작품에서는 돌, 나무, 철판 등 일상적인 물질을 최소한의 개입으로 배치함으로써 사물 그 자체와 그 사이의 관계가 강조된다. 사물을 억지로 해석하거나 조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물과 공간 사이의 관계와 긴장감이다.
 

이우환, 'Making Infinity 展', 뉴욕 구겐하임, 2011

 
 

헤겔의 "사물자체"(Ding an sich)
 

헤겔 철학에서 사물 자체는 칸트의 사상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칸트는 사물의 본질이 인간 인식의 한계를 넘어 존재한다고 했으며, 우리는 그 본질을 인식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헤겔은 이와 달리, 사물 자체와 그것을 인식하는 과정은 관계와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통합된다고 주장했다. 즉 사물은 외부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이 과정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본질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드러내는 동적인 과정이다.
 

모노하와 헤겔 철학의 공통점
 

모노하와 헤겔철학은 관계 중심성과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모두 사물의 본질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고 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모노하의 작품은 돌과 금속판 같은 사물들 간의 배치를 통해 사물들 간의 상호작용과 긴장을 드러내며, 이 과정에서 존재의 의미가 발생하는 데 이는 헤겔의 변증법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헤겔은 사물의 본질이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드러난다고 했고, 모노하 작품에서도 사물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경험된다. 예로, 설치 작품은 공간과 시간에 따라 달라진 의미를 가지며 관람자의 시각과 해석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모노하와 헤겔 철학의 차이점
 

헤겔의 인식론적 접근 vs. 모노하의 비해석적 태도
헤겔 철학에서는 사물의 본질이 인식과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점차 드러난다고 본다. 즉,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사유의 결과이다. 반면 모노하는 인간의 인위적인 해석을 최소화하며, 사물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술가는 사물 간의 관계를 설정하지만 관람자가 그것을 해석하기보다는 직접 느끼고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헤겔은 사물의 본질을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파악하고자 한 반면, 모노하는 사물의 물질성과 물질들 간의 물리적 관계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모노하와 헤겔 철학 모두 사물의 본질은 관계속에서 드러난다는 통찰을 공유한다. 그러나 헤겔은 사물 자체가 인식과 사유를 통해 변증법적으로 드러난다고 본 반면, 모노하 예술가들은 사물과 공간의 관계를 단순히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결국 모노하 예술은 헤겔의 철학적 개념을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사물과 사물, 사물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탐구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사물을 해석하기보다는 존재의 경험과 직관적 깨달음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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