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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즘(Brutalism)

예술

by rooun 2025. 4. 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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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 2025)는 지난 2024년 칸 영화제에서 언급되면 주목받았고 올해 2025년 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여 더욱 알려진 영화이다. 그는 2003년 피아니스트에 이어 두 번째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진다. 코가 매력적인 특징으로 기억되는 그의 이미지는 영화에서 창의적이지만 자기중심적이고 괴팍스러운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무척 인상적이다. 그의 수척하고 고뇌에 찬 고통이 외적으로 잘 드러난다. 브로디는 수상소감에서 전쟁,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보다 포용적인 세상을 위한 희망을 표명했다.

 

브루탈리즘(Brutalism)은 20세기 중반, 특히 1950-70년대 사이에 유행했던 건축으로 프랑스어 béton brut(“가공하지 않은 콘크리트”)에서 유래했다. 프랑스 건축가였던 르 코르뷔지에가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 건설 시기에 사용한 용어이다.

 

브루털리즘은 바우하우스의 근간으로 모더니즘의 시작과 더불어 생겨난 건축양식 중 하나이다. 전후 도시 재건 등 대중을 위한 도시 건설과 공공복지를 강조하던 시기에 사회주의 건축에 더 많이 적용되었다. 강인하고 임팩트 있는 솔직한 디자인으로 새 시대를 상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소외된 느낌을 주고 냉정하고 삭막하다, 또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어 그 이후에는 전통적인 양식이나 기법을 모더니즘 양식과 결합한 포스트 모더니즘 양식이 등이 등장한다.

 

르코르뷔지에의 유니테 다비타시옹(1947-1952), 프랑스 마르세이유

 

 

브루탈리즘은 이름처럼 거칠고 노골적인 재료 표현이 특징이며 구조적 미학이 드러난 철학적 신념과 시대적 맥락이 반영된 건축 운동이라 할 수 있다.

 

1. 재료 자체의 물질성 표현한다

브루탈리즘의 건축 철학은 재료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즉 꾸미지 않는 건축 재료, 특히 노출 콘크리트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중시한다. 외벽이나 내부 구조물(구조체, 배관, 기둥)을 마감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이 오히려 디자인 요소가 된다.

 

2. 가능이 형태를 좌우한다

기능이 형태를 좌우하는 바우하우스의 정신으로 건물은 기능과 구조에 충실하게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장식을 배제하고, 공간의 목적에 따라 형태가 결정된다.

 

3. 사회적 역할을 중시한다

전후 시대(1940~70년대)의 재건, 평등, 공공성이 반영되어 공공 건물, 주택, 학교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4. 거대함과 무게감으로 표현한다.

중량감 있는 형태, 대규모 덩어리 형태의 볼륨감으로 권위와 보호감, 시산의 견고함을 표현한다.

 

대표적인 건축가로 브루탈리즘의 철학적 시초를 이룬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브루탈리즘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영국 건축가 부부 엘리슨 & 피터 스미슨(Alison & Peter Smithson), 미국의 대표적 건축가로 복잡한 콘크리트 계단과 텍스처가 특징이고 예일 대학교 예술 건축학교 건물로 유명한 폴 루돌프(Paul Rudolph)와 바우하우스 출신으로 구조적 콘크리트 형태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가 대표적이다.

 

예일대학 예술건축대학

 

 

 

브루탈리즘은 과거의 유산으로 끝나지 않고,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 현대 건축에서도 콘크리트, 철강, 벽돌 등의 재료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설계가 많고, 장식이 없는 단순한 형태를 지향하는 현대 미니멀리즘 건축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공공건축과 문화시설에서 거대한 규모와 기하학적 형태로 브루탈리즘적 감성을 차용한다.

 

건축 외에도 인테리어, 가구, 패션과 시각 디자인 등 여러 분야로의 확장된 철학으로 해석된다. 콘크리트 질감, 무광 철재 프레임 같은 요소, 강렬한 타이포 그래피, 단단한 느낌의 레이아웃 등에서 브루탈리즘의 시각 언어를 차용한다. 특히 웹디자인에서 "Brutalist Web Design"이라는 트렌드로 기능이 우선시되는 장식 없는 타이포그래피와 의도된 불친절함으로 정보 전달을 최우선하는 디자인 스타일이 특징이다.

 

브루탈리즘이 현재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 건축양식에 대한 복고적 향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적, 철학적, 미학적 불안정성에 대한 결과로,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마주하려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화, 인공적 미감, 가상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가공되고 필터링된 이미지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매끄럽고 완벽한 것들에 지쳐가고 있으며, 그에 대한 반동으로 거칠고 솔직한 진짜에 가까운 것을 갈망하게 된다. 브루탈리즘이 갖고 있는 노출된 그대로 무장식의 솔직한 기능에 충실한 구조미로 피로감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시각적 진실성을 제공한다.

 

특히 젊은 세대와 예술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브루탈리즘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의 자유, 반체제적 감성, 그리고 기존 미학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과거에는 그 육중한 덩어리감과 삭막함 때문에 비판받았던 건축물들이 이제는 도시의 맨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는 구조물로 재조명 되고 있다, 콘크리트의 갈라진 틈, 세월의 때가 묻은 표면, 그리고 지나치게 직선적이고 반복적인 형태는 화려한 외피를 벗어던진 진실한 세계를 상징한다.

 

브루탈리즘의 사회적 철학으로 건축은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공성과 기능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오늘날 더욱 강한 의미로 다가온다. 팬데믹, 전쟁, 기후 위기 등으로 공동체의 가치와 공공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지금, 이는 사회적 연대, 공동체, 실용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미학적으로 브루탈리즘은 사진, 영상, 그래픽 디자인, 패션 웹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거칠고 묵직한 아름다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브루탈리스트 웹디자인처럼 의도적으로 투박하게 만든 레이아웃이나, 콘크리트 질감을 살린 인테리어 디자인이 인기를 끄는 것은 정형성과 완벽주의에 대한 거부이며, 개인의 자유로운 감각을 존중하는 흐름 속에 있다.

 

현재의 브루탈리즘은 단순히 스타일의 유행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감정, 갈등, 욕망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언어로서 기능하다. 세련됨보다 진실됨을, 화려함보다는 정직함을, 소비보다는 구조를 이야기한다.

 

브루탈리즘 더 이상 과거의 건축이 아니라 우리가 새롭게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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