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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권력 - 안드레아 프레이저(Andrea Fraser,1965~)

예술

by rooun 2020. 12. 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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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um Highlights: A Gallery Talk  1989 © Andrea Fraser

 

미술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간단하지 않다. 누군가(작가)의 제작과정이 필요하고 이에 수반되는 기획과 전시, 유통, 홍보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이러한 미술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미술관이다. 

안드레아 프레이저(Andrea Fraser)는 미국의 퍼포먼스 아티스트이지만, 주로 일반적인 예술기관의 상업적인 목적과 제도를 비판하는 상징적인 행위 예술을 추구하였다. 미술관의 화려한 건물을 포함하여 미술관의 전시작업을 뒷받침하는 공식적 정책인 운영, 평가, 전시 등을 풍자하고, 그 안에서 개인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이 의도적이면서 가식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프레이저는 미술의 제작과 작가의 선택이 미술관이 지향하는 방향에 종속되면서 자율성을 상실하는 과정과 미술관이 추구하는 작품의 평가와 계획된 전시 방향을 비판하면서 이를 유머와 냉소로 포장하여 표현하였다.

 

그녀의 대표작인 [미술관 하이라이트: 갤러리 토크(Museum Highlights: A Gallery Talk, 1989)]는 필라델피아의 타일러 미술대학(Tyler School of Art)에서 주최한 강의 시리즈의 일부로 시작되었으며, 1989년 2월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 방문객에게 ‘제인 캐슬턴(Jane Castleton)’이라는 가명으로 다섯 번의 공연을 제공하고 단일 채널인 비디오로 제작되었다. 프레이저는 깔끔한 회색 양복을 입은 미술관 직원인 도슨트 역할을 하며 자신을 '게스트', '자원 봉사자', '아티스트'로 소개하며 박물관 주변을 걸으며 설명하였다. 미술관의 여러 장소로 관람객들을 유도하고 갤러리 투어의 기본인 예술품만이 아니라 유서 깊은 건물과 컬렉션의 역사를 설명하는 일반적인 도슨트의 모습으로 패러디하였는데, 그러나 '캐슬턴'은 미술관 내에 작품이 아닌 화장실, 식당, 표시판, 기념품 매장 등을 대상으로 엉뚱하고도 진지하게 정열적인 설명을 유려한 미사여구와 과장된 제스처를 적용하여 설명하였다.

예로 미술관의  ‘출구(Exit)’ 표시에 대하여, “빈틈없는 그림에, 색채와 질감은 섬세합니다. 이 그림은 눈부신 형태의 눈부신 사례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식수가 나오는 식음대를 보며, “정말 멋진 음수대가 아닌가요! 놀라운 경제적 기념비로 고도로 양식화된 형식의 극단성과 대조를 이룬다"라고 설명했다. 미술관 카페테리아를 가리키며 "혁명 전의 식민 미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곳은 미국 전체 방들 중 가장 훌륭하고 세련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방이 당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자 총사령관이었던 조지 워싱톤이 자주 오던 방이다"라고 연설하듯이 설명하였다. 또 화장실로 관객들을 인도하여, 그곳을 미의 절정인 듯 묘사하였다. 도슨트가 주로 사용하는 과장된 화법, 미적 취향의 강요를 염두에 두고 그녀가 사용한 온갖 형용사들은 걸작을 묘사할 때 쓰는 현학적이고도 고상한 단어들을 선택하여 설명하였다. 

 

실제로 관람객들 앞에서 설명한 엉뚱한 대상에 대한 캐슬턴의 텍스트는 주로 작가가 작품을 설명할 때 참조한 각종 미술관 및 미술사 관련 전문 서적과 보고서에서 인용한 문장들의 짜깁기로 쓰였다. 미술관의 안내문, 자료집, 연간 리포트 등에서 문구를 발췌하여 대본을 작성하여 도슨트의 멘트를 만들고, 일방적으로 무작위의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 주입하는 과정에 놓인 미술관 권력의 모습을 풍자하였다.

프레이저는 사소해 보이는 도슨트 역할 상황극을 준비하여 대중 앞에서 연기하며 전시 제도의 단면을 비판하였는데 이를 통해 그녀는 미술관이란 제도로 생산하는 정보, 미학과 예술에 대한 가치 기준 등이 권력화 되어가는 모습을 지적하고 평가하였다. 프레이저는 "박물관을 대변하는 도슨트의 기능은 방문객에게 박물관이 원하는 바, 즉 박물관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라고 언급하였다.

 

미국의 미술관들은 19세기 말, 빈민 구제 정책의 변화와 함께 건립되기 시작했다. 빈민들에게 산업계나 금융계에서 재정적 도움을 직접적으로 주는 대신 훈련과 교육을 제공하여, 그들이 어떠한 조건에서도 일하도록 인격을 만들어내고 취향을 끌어올릴 것을 제안하는 것이 미술관 건립의 목적이었다. 프레이저가 연기하는 캐슬턴은 미술관이 이처럼 사실은 자본주의의 미덕을 표방하고, 물질적 가치를 취향 혹은 수준이라는 미명 하에 널리 전파하는 역할을 갖고 탄생했음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황극인 것이다. 또한 그녀는 “우리 미술에 대해서는 그만 이야기합시다. 왜냐하면, 최종적으로 미술관의 목적은 미술에 대한 미학적 감식안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감식안을 키우는 것이거든요. 가치에 대한 안목은 우리로 하여금 가치와 무가치, 진실과 거짓, 미와 추, 세련된 것과 상스러운 것, 진심과 위선, 고귀한 것과 저급한 것, 그리고 옷차림과 행동에 있어서 품위 있는 것과 외설적인 것, 그리고 영원한 가치와 일시적인 것들을 구분할 수 있게 해 줍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술관, 나아가 미술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부르주아의 가치에 순응하는 교양인을 교육하고자 하며, 따라서 미술관이 가르치는 교양이란 기존 사회가 설정한 가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비판의 소리를 낸 것이다.

 

프레이저가 강조하고 싶은것은 “우리 자신과 음수대를 구분하는 능력, 다른 것과 나은 것을 구분하는 능력, 우리의 권리와 우리의 요구를 구분하는 능력, 우리에게 선한 것과 사회에 선한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라고 언급하며 현대인의 교양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사고의 적극적 의지와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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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22개 키워드로 보는 현대미술/양은희, 진휘연 지음

https://www.tate.org.uk/art/artists/andrea-fraser-9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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