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오피는 파격적인 재료와 선정적인 소재로 이슈를 만든 영국 yBa그룹과는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지으며 회화라는 전통적인 미술 개념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작가이다. 그에게 회화는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고 회화의 본질을 재현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그의 접근 방식과 표현은 매우 모던하고 현대적 느낌과 기술이 담겨있다.
오피의 작품은 영국 골드 스미스 컬리지 지도 교수였던 크레이크 마틴(Craig-martin)의 예술적 표현에 가장 근접하고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크레이크 마틴이 사물 중심의 오브제들을 택하였다면 오피의 작풒은 주로 인물 중심을 대상으로 평면적 역동성을 표현하고 주위 환경이나 사람들을 픽토그램(Pictogram)과 같이 지극히 단순화시켜 경쾌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변형시킨다. 그가 작품 속에서 만들어진 단순함은 현대사회의 수많은 정보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여러 감각적인 자극으로 시각적인 대상을 인식할때 순간 포착의 표현 방식이다. 그의 이미지는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의 시각 기호와 비슷한 모습으로 보인다. 오피는 주로 대형 광고판, 일본 만화와 이집트 스타일의 그림 등에서 영감을 받아 스타일적으로 만화나 어린이 장남감을 연상시키는 2차원의 독립형 조각으로 표현한다. 이를 간판 언어로 제시하는 것이 그의 특유의 단순화된 표현 방식이다. 특히 오피는 여러곳을 여행할 때 다양한 간판의 모습과 그 안에 담긴 언어와 원색의 색 코딩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강렬하게 사용되는 색은 우리의 눈에 일차원적이며 서로 대조적인 색상들이 읽기 쉽고 눈길을 끌게된다.
그는 직접 촬영하거나 여러가지 소스에서 수집한 인물 이미지를 가지고 컴퓨터를 이용해 모델의 사진과 단순한 도형을 합성하여 디테일을 제거한 픽토그램 형식으로 작업한다. 이 단순화된 형태에 점과 선으로 미니멀한 표현만 남기고, 특히 굵게 강조하여 그려진 윤곽선에 다양한 색채를 더하여 표현된다. 그가 표현하는 두꺼운 선은 두꺼워질수록 그 자체가 구체적이 된다. 단순화된 사람의 고유성을 표현하기 위해 입술 선, 헤어, 액세서리 등 아주 작은 요소를 미세하게 다듬어서 완성한다. 그는 무언가가 그림이 될 때 그것은 우리의 현실에서 벗어나 언어, 꿈 상상, 기억의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고 믿었다. 이렇게 탄생한 이미지는 익숙한 회화적 매체뿐만 아니라 LED와 같은 첨단 매체에 담겨 지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여 여러 도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도 많이 참여하였고 특히, 오피는 도시의 밤거리 모습의 현란한 LED 간판에 매료되어 2000년 전후부터 시작한 애니메이션 방식의 작품은 단순화된 이미지에 더욱 역동성이 강조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 오피의 작품이 익숙하게 된 계기는 서울역에 앞에 있는 서울 스퀘어의 파사드를 비추는 미디어 아트로 건물 전면을 캔버스로 활용한 오피의 'CROWD'이다. 도시 건축물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뿐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물로 사용 가능하다. 도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시민들에게 예술을 소개하고 체험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도심의 새로운 경관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서울 스퀘어 빌딩에 설치된 오피의 작품은 그의 주된 작품 소재인 워커(Walker)의 형태로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닌 여러 남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끝없이 걸어가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만나고 헤어지거나 스치고 지나쳐버리는 많은 도시인들의 삶을 압축적으로 묘사하였다.
낯선 사람들의 움직임에 관계하여 그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오피는 걷는 사람들을 중점으로 두고 일명 "Walker" 시리즈들을 작업한다. 이집트인처럼 걷는 사람 이미지를 상형문자와 같은 일종의 기호 또는 상징으로 깨끗하고 명확하며 읽기 쉬운 이미지를 작품화한다. 각 도시마다 걷는 사람들의 차이점을 좋아하고 이를 위해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촬영하기도 한다. 그에게 보행이 가져오는 예술적 행위는 움직임의 가능성을 조사하고 실험을 하는 활동이라는 과정에서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는 예술적 행위에 있어 유레카 순간이나 영감을 믿지 않고 실천적인 행위라고 생각했다.
또한 움직임에 관해 다른 표현 방식으로 계속적인 움직임이 아닌 정지화면 속에 만화처럼 단순한 이미지로 고정된 인물이 시차를 두고 눈동자를 움직이거나 정지된 풍경 속에서 나뭇가지가 바람에 아주 살짝 흔들리는 장면으로 시간차의 움직임을 미묘하게 표현하여 정적인 화면 속에 역동성을 고조시키는 표현을 즐겨한다.
현대적인 감각과 기하학적인 형태를 기본으로 한 오피의 작품들은 나름대로 표현의 다양성과 함께 단순하지만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있으며 모던한 세련미를 추구한다. 그의 직관적이고 단순화된 표현 방법은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된 모티브가 되어 현대인의 모습과 정보를 담아낸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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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a를 만든 마이클 크레이크 마틴(Michael Craig-Martin)-조각(SCULPTURE) (2) | 2020.0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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