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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의 몸 - 르네 콕스(Renée Cox) 사진

예술

by rooun 2023. 3. 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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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콕스는 1960년 자메이카 출신의 미국 뉴욕 예술가, 사진작가, 영화 제작자이다.
 
그녀는 성별, 인종 및 섹슈얼리티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예술을 통해 신체, 특히 흑인 여성 신체를 전통적인 표현에 반하여 도전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유색인 여성에 대한 서구사회의 전통적인 권력 구조를 생각하도록 한다. 
콕스의 작업은 종종 생생한 색상과 역동적인 구성을 사용하여 강력한 시각적 표현을 제시한다.
 
서구 사회는 오랫동안 흑인 여성의 몸을 관음증적인 매혹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이는 19세기 당시 아프리카 식민지 원주민에 대한 지배자 유럽인들의 시선에서 본 영향이다. 흑인 여성을 하나의 정복 대상이자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하였다.
 
악명 높은 예 중의 하나가 19세기 초, 런던과 파리에서 서커스의 흥행거리로 5년간 전시된 남아프리카 코이산족 출신의 사끼 바트만(Saartje Baartman)이란 여성이다. '호텐토트 비너스' (호텐토트란 말은 코이족을 비하해 부르는 말이다) 라는 이름으로 선전되며 수많은 인파가 돈을 내고 흑인의 특징적인 신체(커다란 엉덩이와 늘어진 성기)를 가진 그녀의 나신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추가 요금을 내면 엉덩이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었다. 바트만이 1815년 약 25살의 나이로 죽은 후에(천연두나 폐렴이 사망의 원인으로 알려짐), 그녀의 몸은 과학이라는 명목으로 해부되었고 골격과 성기, 뇌는 보존되어 파리 인류학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바트만의 시신이 모국으로 돌아와 묻히게 된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시작한 8년간의 법정 투쟁이 끝난 2002년으로, 이는 바트만이 모국을 떠난 지 거의 200년이 지난 뒤였다. 
 
유색인 여성에 대한 식민지 정복의 상징이었던 바트만은 학술연구뿐만 아니라 소설, 시각예술, 영화에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바트만이 당한 부당한 취급은 권력이나, 식민주의, 인종주의, 이상적인 아름다움, 금기시된 섹슈얼리티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
 

르네 콕스(Renee Cox), 훗-앤-토트 Hott-En-Tot, 1994

르네 콕스는 흑백사진 '(훗-앤-토트 Hott-En-Tot, 1994)' 에서 자신을 바트만으로 선보인다.
 
작가는 거대한 가짜 가슴과 엉덩이를 자신의 나체에 부착시켜, 흑인 여성의 시각적 재현에서 반복적으로 물신화된 해부학적인 특징을 강조한다.  이러한 흑인의 신체적 차이에 근거해 서구사회에서 흑인이 사회적으로 열등함을 주장하는 데 사용되는 과학적  전략을 비웃는다. 폭스는 서구의 고전적 이상미의 누드에 나타나는 모순적인 기준과, 커다란 엉덩이 같은 해부학적인 측면에 시선이 가도록 만든 과거의 전시 방식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인종차별적인 시각적 클리셰에 대한 명백한 패러디인 그녀의 작품은 그 속에 내재된 조작과 허위를 보여주고자 한다.
바트만의 신체적 특징을 모욕적으로 전시하고 조롱한 것은 식민지 원주민에 대한 지배구조이고 유럽인들의 전형적인 재현 방식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은 열등하며 성적으로 비이상적이라고 간주되었다. 예술적, 문화적, 과학적 맥락에서 아프리카 흑인의 재현은 백인 유럽인과의 비교를 통해 흑인의 타자성을 입증하여 인종의 구분을 짓기 위한 것이었다. 흑인들의 신체적 특징은 상투화되고 과장되며, 도덕성과 문명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럽인들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해석되었다.

고대 그리스 이래 잔통적인 서구미술은 흰피부와 제한된 범위의 신체비율, 기타 속성을 지닌 이상화된 유럽인의 신체와 결부된 아름다움의 기준을 영속시키고 강화시켜 왔다. 이에 따라 기준에 맞지 않는 몸을 가진 흑인 여성을 비정상적이고 열등하다고 여겨졌다. 동시에 누드로 묘사된 흑인 여성들은 누드와 죄악을 결합시키면서 강화된 판타지 때문에 성적으로 문란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대상으로 치부되었다. 그런 까닭에 흑인 여성의 누드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이국적인 것을 갈망하는 유럽 관객들의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예술 역사가인 리사 패링톤(Lisa E. Farrington)이 주장하듯, "흑인 여성에게 투사된 백인 남성의 속성은 통제할 수 없는 성적 욕망이었다. 유색인 여성과 백인 남성의 관계에서 성적인 침략자가 남성이라는 사실이 의심할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색인 여성은 음란하고 방탕하다고 규정지었다."
 
콕스는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도전적으로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의문을 제시하며 자존적인 흑인 여성의 이미지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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