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예술은 총체적으로 '개념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개념미술인가? 소위 지적 예술이라 불리는 개념미술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어떠한 작가의 작품이 포함되는지 범위가 분명하지 않고 또한 어떠한 매체나 양식으로도 명확히 설명될 수 없다.
개념미술은 전통적인 예술 작품에서 추구하던 보편적인 미적 개념과 가치 기준, 그리고 시각적 아름다움과 수공예적 작업 방식이 아닌, 개념과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로서 작가의 관념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중요시 여긴다. 지금까지 개념미술은 더욱 다양한 표현 형태로 확장되어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시각의 문제로 바라보는 영역이 되었다.
개념미술은 20세기 모더니즘의 영향을 통해 아방가르드의 한 형태로 언급되었고 미니멀리즘인 동시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진행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중 후반부터 70년대 절정을 이루며 영향력을 끼친 현대 미술의 동향이었고 또한 개념미술은 1950,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부각된 회화 중심의 추상표현주의가 지나치게 예술가의 감성적 경험과 심각한 표현적 자각에 반하여 반 회화적 태도로 미의식의 변화를 추구하였다.
물질적 대상으로서 재료나 형태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개념과 의미를 중시하는 사고의 예술로 비물질화의 시도가 개념미술의 주된 특징이였다. 개념 전달매체들로 언어, 사진, 문자, 비디오, 영화, 책, 자연 행위의 퍼포먼스 등 다양한 기법과 전략들이 제한 없는 작업 방법과 형식들을 사용하여 시대적 변화와 맞물리는 정치적, 사회적, 제도적 이슈를 대변하는 시각예술의 범주를 확장하였다. 이런 여러 요소들과 병합하여 개념을 전달하기 위한 언어적 형태의 표현으로 작업한 작가들은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개념을 전달하기에 가장 본질적인 미술 행위라는 극단적인 해석을 부치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분석적이고 언어적 기반의 형태와 글로 쓰인 단어조차도 틀에 박힌 물질적 한계라고 생각하여 행위적 표현 수단인 플럭서스(Fluxus)의 퍼포먼스와 해프닝이 등장하였고 더 나아가 공간 예술, 설치미술, 대지미술, 프로세스 아트 등 확장된 개념적 표현활동들이 활발히 등장하였다.
플럭서스(Fluxux) : 유동, 유출, 변전의 뜻으로 본래 '밀려오는'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믹스트 미디아적인 액션 형식의 하나로 극단적인 반 예술적 전위 운동을 가리킨다. [세계 미술 용어사전, 1989]
개념미술의 뿌리는 다다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에서 찾을 수 있으며 뒤샹의 레디메이드(ready-made) 이후 개념적 요소가 강화되면서 발전된 것이다. 이러한 다다와 레디메이드의 반 미학적 사상은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서구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다다는 어떤 양식적 특성이 아닌 하나의 시대정신을 의미하여 반 문명, 반 합리, 반 예술, 반 미학, 반 형식주의, 그리고 철저한 부정과 우연, 파괴를 예술 표현의 기법으로 삼았다.
레디메이드(ready-made) : 마르셀 뒤샹이 창조해낸 미적 개념, 기성품으로 그 일상적인 환경과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본래의 목적성을 상실하게 되고 사물 그 자체의 무의미함만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미술 비평가인 앙드레 브레통은 레디메이드를 "예술가의 선택에 의해 예술작품의 지위에까지 높여진 기성품"이라고 정의하였다. [미술세계 용어사전, 1989]
이처럼 20세기 초 뒤샹과 함께 작가가 창조한 것이 아니라 '발견한' 사물로 레디메이드가 등장하면서 작품의 유일성과 권위, 저작권, 진실성과 같이 미술적 가치를 보장하는 전통적인 개념들이 무색하게 되었다.
그 이후 미술은 아이디어와 작품 제작의 분리가 가능하게 되고 심미적 가치 판단의 미술이 아닌 '미술' 이란 개념을 전달하는 영역으로 해석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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