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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미술의 표현적 특성

예술

by rooun 2020. 5. 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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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적이라 일컫는 미술은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표현되었지만 개념 미술가들은 자신들의 작업이 제한되어 정의되는 것을 거부하였기에 그들의 작품들 또한 명확하게 정해진 유형으로 구분되기는 어렵다. 개념미술이 매체나 양식으로 설명될 수 없다면 어떻게 개념 미술 작품임을 알 수 있을까? 토니 고드프리는 개념미술을 일반적으로 4가지 표현 형식인 레디메이드, 개입, 자료 형식, 언어의 특징으로 설명하였다. 레디메이드(ready-made)는 기성 제품을 작품화하는 표현방식이고 개입은 이미지와 문자, 사물들을 예기치 않은 문맥이나 장소에 놓아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다. 자료 형식은 실제 작품과 개념, 행동, 증거와 기록, 지도, 차트 그리고 사진 등으로 함께 제시되고, 언어는 개념과 진술, 조사 등이 언어의 형식으로 제시되는 특징으로 구분한다.

 

상징화된 오브제

 

개념미술이 일반적인 미술과 구분될 수 있는 표현 특성에서 오브제 사용은 뒤샹의 레디메이드를 시작으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물을 도입한 개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적인 사물의 개념이 아닌 다른 개념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아 예술 작품이 되는 것이다. 개념미술에서 오브제는 의미를 갖는 개념화에 중점을 두고, 물질뿐만 아니라 비물질로 구체화시킬 수 있어 작품 속에 이 둘의 혼합적 이미지를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시각적 매체들을 자료 형식으로 사용하여 작가가 의도하는 생각을 관람자들에게 공감하게 하였다. 작품에서 설정된 오브제는 원래 가지고 있는 물질적 특성만이 아닌 확장되고 변화된 개념으로 새로운 상징적인 요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폴 코스의 [얼음이 녹는 소리, 1970]는 11kg의 얼음 주위에 8개의 마이크를 설치하여 보이지 않는 소리를 확대하고 얼음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하는 과정을 전시하였고 이는 얼음이라는 물질의 현상과 비물질의 얼음이 녹는 소리를 함께 보여준 작업의 예이다. 이 작품은 얼음이 녹아가는 실질적인 물체의 속성과 물리적인 현상에 대하여 관념적으로 다가가 변화되는 의미에 집중하고자 하였다. 작가가 실현보다는 개념화의 과정을 강조했고 이러한 작업들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시각적 자료로 남기기 위해 사진과 비디오 매체를 수반하여 표현하였다.

 

 

 

폴 코스, [얼음이 녹는 소리], 1970

 

 

 

 

조셉 코수스는 "모든 미술은 본질적으로 개념적이고 개념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 고 하였다.

코수스의 [하나인 세개의 의자, 1965]는 실제 의자, 이 의자를 찍은 사진과 의자의 사전적 정의를 나타내는 텍스트가 함께 혼합적으로 전시되어 실제 의자와 사진 이미지, 사전적 정의의 의자를 결합하여 병치시켜 하나의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의자의 개념을 한 설치 공간 안에 이미지와 텍스트의 혼합으로 보여줌으로써 가장 완벽한 의자의 개념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조셉 코수스, [하나인 세개의 의자], 1965

 

 

 

 

확장된 공간 개념

 

개념미술에서 공간 개념의 확장은 특수한 장소와 상황 개입 그리고 환경을 미술의 요소로 수용하는 특성을 보인다. 확장된 공간 설치 작업을 통해 관람자는 능동적으로 적극적인 공간 참여를 요구받는다. 이는 전시장을 벗어난 공간, 풍경과 비 풍경의 결합, 특수한 장소, 건축적 측면을 새로운 작품의 형태로 이용한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 미술관이나 화랑에서는 전시할 수 없는 대지미술과 광대한 환경미술 등으로 그 의미를 확장시켰고, 이는 사진이나 비디오 같은 시각적 매체를 사용하여 자료화하였다.  

 

리처드 롱의 [도보에 의해 만들어진 선, 1967]은 공원을 가로질러 왕복하면서 기록한 흔적이다. 그의 반복적인 도보에 의한 잔디의 파임으로 확실한 길이 생기는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그것을 기록한 작업이다. 이 작품은 그 자체가 중요하고 행위를 하는 주체가 자연 속에 존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구나 환경 안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미술인 것임을 보여주었다. 이런 공간 개념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전시 공간을 벗어난 장소에서 특정한 매체의 조건이나 크기에 지배되지 않는 작업을 하는 것에 자유로웠다.

 

 

 

리처드 롱 [도보에 의해 만들어진 선], 1967

 

 

 

 

변화와 실행의 과정

 

개념미술에서 아이디어 중심의 표현 방식은 이미지를 가진 물질적 형태로부터 벗어나 관념적인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들의 가장 중추적인 작업방식이었다. 그들은 미술을 창작하는 사고의 과정이 완성된 작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아이디어를 가진 어떠한 행위나 생각들을 다양하고 폭넓은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전개하였다. 자연 현상을 그대로 표현하여 시간의 경과에 따라 물성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세스 아트는 실행 과정에 중요성을 두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실험적 태도를 추구하였다.

 

한스 아케의 [응결 입방체]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1963년부터 65년까지 2년간 기온, 기압에 따라 변하는 액체를 담은 투명한 상자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바람, 대기, 비로 인해 변화되는 양상을 보여주는데, 시간의 경과로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의해 변화되는 작품이다. 시간의 결과물로 사진이나 비디오의 시각적 매체들을 이용하여 과정의 기록을 형상화하였다.

 

 

 

한스 아케 [응결 입방체], 1963-65

 

 

 

 

 

데미안 허스트 [천년], 1991

 

 

데미안 허스트의 [천년, 1991]도 개념의 프로세스 아이디어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유리관 안에 소머리를 넣어두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것을 먹고 자라는 파리, 구더기 등의 번식과정과 이들이 살충제에 의해 소멸되는 과정을 전시함으로 탄생으로부터 죽음에 이르는 삶의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애냐 갈라치오 [강도와 표면], 1996

 

 

또한, 영국 미술가 애냐 갈라 치오의 [강도와 표면, 1996]은 양수장에 32톤에 달하는 단단한 사각형 얼음을 갖다 놓고 8주 동안의 녹는 모습을 전시하였다. 온도가 낮아지는 밤에는 낮에 녹은 모양이 다시 얼면서 고랑과 이랑이 생기고 반복해서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통해 변화의 과정에 집중하였다.

 

 

 

시각적 은유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언어를 통해 개인, 사회, 정치적 이슈와 제도를 비판하여 이념적으로 직접적이거나 우회적으로 나타내어 표현한다. 개념 작가들은 언어 자체만으로 관람자에게 재현된 미술의 대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부여된 언어를 통해 개념을 보여준다.  은유적 표현 형식은 언어나 사물의 표현 방법이 사물 자체 그대로의 의미 가 아닌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관념을 전달하는 경향을 말한다.

브루스 나우먼의 [100개의 삶과 죽음, 1984]은 언어로 표현된 미술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언어의 은유적, 서술적 기능을 설정하는데 중점을 두었고 간판을 연상시키는 네온 매체와 간판의 크기를 이용한 시각적 언어로 제시하였고, 이와 함께 녹음기를 이용하여 화랑 전체를 소란스러운 웅얼거림 소리로 가득 채워 비 물질의 언어화를 보여주었다. 네온을 통해 삶과 죽음이 가볍게, 평범하게 또는 비극적인 방법을 통해 깜박인다. 인생에 대한 사유를 각 문구로 이야기하고 삶이 느끼는 바를 표현하고 되풀이한다.

 

 

 

브루스 나우먼 [100개의 삶과 죽음], 1984

 

 

 

 

무로드 타냐는 프랑스 미술가로 텍스트를 미술 매체로 사용하였는데 그녀의 [보육원을 위한 프로젝트, 1979-81] 는 사람이나 물건 등의 대상에 이름을 지어 붙이는 속성에 대한 기념비적인 예이다. 반인종주의에 대한 의식적인 제스처로 그녀는 450명의 어린이 이름을 벽에다 써넣었다. 그녀 자신만의 매우 사적인 차원인 의식이지만, 자기 이름에 대한 사람들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상징적인 텍스트나 진술 형식을 통해 개념미술가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타냐 무로드 [보육원을 위한 프로젝트], 1979-81

 

 

 

 

 

 

[참고자료]

토니 고드프리, 전혜숙 역, 개념미술, 한길아트, 2002

캐롤 스트릭랜드, [개념미술], 2000

폴 우드, 박신의 역, [개념미술],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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